진격의 거인 _ 2차

- 210330 엘런 예거 탄생기념

뼈가 흩날리던 곳에도 꽃이 피었다. 괴멸된 것들의 잔해를 타고 괴멸되지 않은 것들이 생기 있게 흔들리는 광경은 기묘했다. 큼직한 대접처럼 움푹 파인 땅의 가장자리가 몹시도 가팔랐다. 땅울림 막바지에 일어난 폭발로 지형이 완전히 바뀐 탓이었다. 땅울림은 고작해야 며칠을 갔으나, 그 결과는 이리도 오래도록 무참했다. 허나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것들이 없...

*많이 늦었지만 이 편으로 뒤늦은 리바이 생일 기념글은 끝입니다. 세간살이가 하나둘씩 들려나갔다. 쓰던 것이라도 누군가는 요긴히 사용할 것이기에 부수지는 않았다.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 그리고 아직 갈길을 정하지 못한 것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사이에 오로지 방문 너머만 평온했다. 부상병은 이따금 읽던 책에서 눈을 들고 세 사람이 짐을 챙기...

* 부상병 엘런 x 지하도시 리바이 조심스레 문을 닫은 직후, 리바이는 즉시 자리를 떠나는 대신 잠시 문에 기대어 섰다. “…….”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안쪽 방에서는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목발이 없이는 제대로 서기도 힘든 사내가 이런 시간에 어둠 속에서 뭘 더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리바이는 한동안 문에 기대선 채 움직이...

* 부상병 엘런 x 지하도시 리바이 * 진격의 거인 스핀오프 《후회 없는 선택》 기반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인지라, 읽지 않으신 분은 내용 이해에 지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 두려워하는 나날. 지하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외지인을 쉽게 알아보았다. 그들에게는 지하 도시에 만연하는 염세와 비관의 냄새가 비교적 덜 묻어 있기 때문이었다....

- 주제 '달라진 눈빛'+'손등에 입맞추다'

“오래간만에 오셨네요.” 눈인사를 건네 오는 얼굴이 낯익었다. 리바이 병사장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헌병단 소속이었으나, 이번처럼 조사병단과 헌병단 사이에 소소하게 조율할 일이 생기면 종종 얼굴을 보는 사이였다. 그녀가 약간 흐트러진 금발을 핀으로 다시 꽂아 올리려다, 그의 어깨 너머를 보고는 약간 움찔했다. “아, 이번에도 동행이 계시군요.” “...

※ 현대AU ※ 엘런x리바이(女) “저리 좀 가라, 사람 화장실도 못 가게 하지 말고…….” 리바이가 짜증을 내며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다름아닌 생리 첫날. 그다지 딱 붙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리바이가 허리와 고관절과 골반의 지끈거리는 통증으로 잔뜩 날이 서 있다는 것을 알기에 엘런은 군말없이 냉큼 비켜났다. 약발이 잘 안 듣는 걸까. 진통제를 삼킨...

2020. 9. 9.

※ 저는 《별책소년매거진(別冊少年マガジン)》 e북이 발행되는 매달 9일 자정에 ebookjapan을 통해 진격 연재분을 원서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인용한 대사나 구절이 정발 연재분의 대사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정발 연재분도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 보고는 있습니다!) ※ 당연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1. 한지 조에 단장 소제목이 뜬금없이 <...

그간 트위터에 썼던 감상을 전부 정리는 못하고 올해 나온 연재분부터 차근차근 아카이브하고 있습니다. 차회부터는 포스타입에도 동시에 올릴까 하는데, 포스타입은 네이버만큼 임베딩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아래는 124화부터 가장 최근 연재분인 131화까지의 감상 링크입니다. 124화 감상 https://es4112p.blog.me/...

* 원작기반 18엘 x 리바이 정말로 특별한 이유가 있어 내려간 건 아니었다. 단지 문득 달력을 보다가, 녀석이 뜸해진 지 근 한 달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야 가끔 엘런이 늦은 밤에 방문을 두드리는 일은 있었지만. 허나 무슨 까닭인지 매번 피곤한 낯빛이라, 내버려 두면 녀석은 몇 마디 지껄이다 으레 남의 침대에서 눈을 붙이곤 했다. 이마 위로...

- 주제 '15vs19'

그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고작 열다섯 살이었다. 열여섯에 가까운 열다섯이긴 했지만, 확실히 열다섯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특별히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음에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리바이 아커만은, 나의 이름보다도 나의 나이를 먼저 궁금해 했기 때문이다. “너, 지금 몇 살이지? 열다섯 살쯤 되었나?” 나는 당황하여...

* 현대 환생물 * 엘런(男) x 리바이(女) “아니…… 전 정말 몰랐어요.”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런에게 리바이가 손수건을 건넸다. 엘런은 당황하면서도 그 손수건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 또 하나의 기억이 엘런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가 자신에게 곧잘 건네곤 했던, 하얀 손수건의 잔상이. 어떻게 이토록 그 때와 다른 게 하나 없을까. 얼룩 하나 없...

- 만우절 기념 뻘글

1. "진짜 이해가 안 돼요" "뭐가" "졸려서 잠투정하는 건 이해가 되고, 자기 싫어서 잠투정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데… 왜 우리 애는 둘을 동시에 하냔 말이에요" "내가 아냐… 아마 너 닮아서 그렇겠지" "아 왜 안 좋은 건 다 나 닮았대" 2. "바나나랑… 브로콜리랑… 우유 두 팩… 또 사야 할 거 있어요?" "너 먹고 싶은 거 사와" "진짜요?" "술...